저도 처음 창업을 준비할 때 정부 지원 사업 공고를 뒤지다가 번번이 벽에 부딪혔습니다. 최대 1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창업중심대학 사업이 2025년 3월 1차 공고를 마감한 데 이어, 추경 예산 편성으로 6월 중 딥테크 특화형 2차 공고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미 준비 중인 분들께 공고 전에 미리 구조를 파악해 두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대학이 주관하는데 나도 지원할 수 있을까 — 창업중심대학 지원자격 정리
창업중심대학이라는 이름 때문에 재학생 전용 사업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처음 이 사업 이름을 봤을 때 딱 그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령 제한 없고, 예비 창업자부터 업력 7년 이내라면 누구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원 트랙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지역 기반 창업 트랙과 대학발 창업 트랙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일반 창업자는 지역 기반 트랙에 해당합니다. 지역 기반 트랙은 예비 창업자라면 주민등록증 주소 기준, 사업자가 있다면 사업자등록증의 본점 소재지 기준으로 해당 권역 내 주관 대학에 신청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서울에 사는 예비 창업자는 한양대 또는 성균관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대구에 사업장이 있다면 대구대로만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신이 속한 권역을 벗어난 기관에 신청하면 서류 검토조차 없이 탈락 처리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대학발 창업 트랙은 해당 대학의 재학생, 휴학생, 교원, 창업보육센터 입주 기업, 또는 대학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기업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사업화 자금 규모가 다릅니다. 지역 기반 트랙이 평균 5천만 원에 최대 1억 원인 반면, 대학발 트랙은 평균 7천만 원에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창업보육센터(BI, Business Incubator)란 대학 내에서 초기 창업 기업에게 사무 공간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입주 지원 시설을 의미합니다. 입주 경쟁이 그렇게 치열하지 않은 편이라, 혹시 조건이 된다면 미리 입주 신청을 검토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업비 구조에서 주목할 부분은 정부지원 사업비 70%, 자기부담 사업비 30%로 구성된다는 점입니다. 단, 예비 창업자는 자기 부담금 없이 정부지원금 100%로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기 부담 사업비 중 현물(現物)로 대표자 인건비를 계상할 수 있고, 현물 비율은 전체 사업비의 20% 이하로 제한됩니다. 여기서 현물 계상이란 실제 현금을 지출하지 않더라도 대표자의 노동 투입을 금액으로 환산해 자부담 실적으로 인정받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비 창업자가 아닌 분들이라면 이 구조를 꼼꼼히 계산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신설 법인 수는 약 14만 개를 넘었습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이 수많은 창업자 중 정부 지원을 제대로 활용하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어서, 미리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것 자체가 경쟁 우위가 됩니다.
딥테크 특화형 2차 공고, 기대와 현실 사이 — 딥테크 분석
6월 중 나올 예정인 2차 공고의 핵심 키워드는 딥테크(Deep Tech)입니다. 딥테크란 AI, 바이오, 양자컴퓨팅, 첨단 소재처럼 장기간의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기술적 우위를 구축하는 분야를 뜻하며, 단순 서비스나 유통 모델과는 구별되는 기술 집약적 창업 영역입니다. 정부가 딥테크라는 이름을 붙이는 사업들은 전반적으로 지원금 규모가 더 컸던 경향이 있어서, 이번 2차 공고 역시 1억 원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솔직히 불편한 감정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건강기능식품 OEM 분야처럼 지역 자원과 제조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공고를 봐도 늘 주변부에 머물렀습니다. 딥테크라는 이름이 붙으면 지원 규모가 커지고 주목을 받지만, 그 결과로 일반 제조나 서비스 기반 창업자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는 현실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차 공고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행동은 3월에 마감된 1차 공고를 먼저 정독하는 것입니다. 같은 사업 이름으로 진행되는 만큼 신청 자격 구조, 사업비 집행 비목, 평가 지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차 공고가 뜨는 순간부터 준비를 시작하면 사실상 늦습니다.
각 권역별 주관 대학이 내세우는 주력 산업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충청권에서는 스마트 제조 분야를 호서대학교가 집중적으로 보고 있고, 바이오는 한남대학교와 충북대학교가 담당합니다. AI라면 수도권의 한양대, 동남권에서는 부산대가 해당 산업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사업 계획서의 아이템이 주관 대학의 주력 산업과 맞닿을수록 심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충청권에 있을 때 저 역시 바이오·스마트 제조 키워드를 연결고리로 삼아 사업 계획서 논리를 구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업계획서, 10페이지 안에 모든 걸 담는 법 — 실전 작성법
이번 사업의 평가 지표는 PSST 프레임워크입니다. PSST란 Problem(문제 정의), Solution(해결책), Scale-up(사업화 및 확장), Team(팀 역량)의 네 가지 축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표준 심사 방식입니다. 중기부 산하 대부분의 지원 사업이 이 기준을 공통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PSST 구조에 맞는 사업 계획서를 한 번 제대로 만들어두면 다른 공고에도 유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분량은 10페이지 이내로 간소화되었지만, 오히려 이게 더 어렵습니다. 저도 처음 10페이지 제한을 봤을 때는 쉽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다 보면 핵심만 남기고 덜어내는 작업이 훨씬 힘들었습니다. 이번 양식에서 다른 공고와 구별되는 부분은 산출물을 단기와 장기로 나눠 기재하도록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협약 기간 내 만들어낼 결과물뿐 아니라 3~5년 후의 장기 비전까지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합니다.
사업 계획서 작성 시 핵심적으로 신경 써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개요 페이지는 반드시 1페이지로 압축하고 아이템명과 팀 구성을 명확히 제시할 것
- 단기 산출물은 협약 기간 내 완료 일정과 수량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
- 장기 산출물은 3~5년 후 목표 시장과 기술 완성 수준까지 그릴 것
- 사업비 집행 비목(재료비, 외주용역비, 기계장치, 특허, 인건비, 마케팅비 등)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계획할 것
유사 중복성 검토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유사 중복성 검토란 제출된 사업 계획서가 기존에 지원받은 다른 사업 계획서나 AI 생성 문서와 내용이 겹치는지 검토하는 절차입니다. 타인이 쓴 계획서를 그대로 쓰거나 AI 생성 텍스트를 그대로 붙여 넣으면 이 단계에서 탈락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심사위원들은 창업자 본인만이 쓸 수 있는 문장, 즉 본인의 시장 경험이나 고객 관찰에서 나온 구체적인 서술에 주목합니다.
K-스타트업 포털에 따르면 창업중심대학 사업의 평가 절차는 서류 평가 → 발표 평가 → 최종 선정의 2단계로 구성되며, 비교적 간결한 편에 속합니다(출처: K-스타트업). 예비 창업자의 경우 협약 종료 30일 이전까지 아이템 관련 업종으로 사업자등록을 완료해야 한다는 조건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최종 선정자 중 약 60%는 청년 창업자에게 우선 배정되지만, 나머지 40%는 연령과 무관하게 경쟁이 열려 있습니다. 시니어 창업자라도 PSST 논리가 탄탄하고 지역 주력 산업과 연결고리가 명확하다면 충분히 선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2차 공고가 뜨기 전에 준비를 마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1차 공고 양식을 내려받아 PSST 항목별로 자신의 아이템을 채워보고, 권역 내 주관 대학의 주력 산업 키워드와 어떻게 연결할지 논리를 다듬어 두시길 권합니다. 최종 선정에 실패하더라도, 저처럼 그 과정에서 사업 모델 자체가 단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6월 중 공고 예정인 딥테크 분야는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지원금 단가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월 공고 기준 사업 계획서(PSST 방식)를 미리 작성해 두어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공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창업 컨설팅 조언이 아닙니다. 정확한 공고 내용은 반드시 K-스타트업 공식 채널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